인공지능 요즘 얼마나 쓰시나요? 저는 요새 이곳저곳에서 참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실용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기술의 배경을 독해해야겠다는 생각도 이따금 하게 되는데, 작년에 읽은 “데이터의 역사”가 이런 욕구를 일정 정도 채워주었지요. 본래 인공지능보다도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다보니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많이 알려져있는 컴퓨터과학의 여러 출발점들(우생학-생체측정, 국가통계, 병참과 “이미테이션 게임”)부터 한때 연역적 추론에 밀려 찬밥신세였던 기계학습의 화려하고도 혼란한 복귀, 데이터를 손에 쥔 거대 자본과의 줄다리기 속에서 탄생한 캘리포니아의 프라이버시법(CCPA) 등이 다뤄져있어 큰 얼개를 잡는 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편 얼마 전에 제가 즐겨 듣는 “역사책 읽는 집” 팟캐스트에서 라조기쌤이 요즘 읽는 책으로 “기술공화국 선언”이라는 책을 소개하셨는데요, 군사정보기업인 팰런티어의 배경이 되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정서와 대안우파(이 경우에는 극—extreme—보다는 대안—alt—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해야 할지) 세계관의 공명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언제 읽어볼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데이터의 역사”를 읽으며 그런데 그런 제 앞에 우연히 같은 현상을 다른 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책이 보여서, 그 “차별하는 데이터”를 먼저 읽게 되었네요.

한편 “차별하는 데이터”와 “데이터의 역사”가 공히 조명하고 있는 저술인, 이언 해킹의 “우연을 길들이다”도 조금씩 살펴보고 있습니다. 근현대 유럽의 지성사에서 확률이 어떻게 대상으로 자리잡았는지를 살피는 책인데, 그만의 철학적 해석이 녹아들어 있다고 하네요. 저는 철학은 잘 몰라 대충 더듬어가며 아주 조금씩 읽어보려 합니다. (조금 읽다가 싫증나서 치워버릴 지도 몰라요! ㅠㅠ)


한국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제가 태어나기 전에는 어떻게 쓰여왔는지 잘 모르지만, 저는 트럼프의 부상 이래로 많이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포퓰리즘이 뭔지 머릿속에서 정리하려고 하면 잘 되지가 않습니다. 무엇이 포퓰리즘인지 분명히 알겠다가도 “어 그럼 이것도 포퓰리즘인가? - 아닌데? 나는 이걸 그냥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은데”라는 순간이 분명히 있고, 그런 내면의 시선을 무시하다보면 결국 (일부 언론들이 매양 말하듯) 만물-포퓰리즘설(?)이라는 편집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 와중에 라클라우라는 사람이 쓴 “포퓰리즘 이성”이 최근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언제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내적 친밀감만 쌓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