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듣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음악이 있으신가요? 제 여름은 어릴 때엔 쿨과 클론의 음악, 또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였다가, 하우스룰즈를 지나서 지금은 다브다의 《But, All The Shining Things Are》에 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목록에서 Snail’s House의 《L’été》는 결코 빼먹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제도 정주행했거든요.
제가 “달팽이집 센세”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Snail’s House는 일본의 전자음악가입니다. “Ujico*“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Pixel Galaxy〉는 유튜브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트랙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Alien Pop》으로 처음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건 이 《L’été》부터네요.
Snail’s House의 여러 곡들이 그렇지만, 이 앨범의 소리도 단순한 피아노음과 전자음, 몇 개의 샘플 위주로 간략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전자음악을 떠올릴 때 예상하는 분위기에서는 잘 쓰이지 않을 소리들이 기묘한 편안함을 줍니다. 이 편안함은 마치 (앨범 표지 속 달팽이 소녀처럼) 선풍기 바람을 쏘이며 뜨거운 여름볕을 누리는 즐거움과 같아서 여름마다 한번씩은 꼭 듣게 됩니다.
전자 드럼과 베이스의 붓기가 가득한 저음이 어떤 기기를 쓰느냐에 따라 큰 편차로 들립니다. 그래서 새 음향기기를 사면 이 앨범의 〈Platonique〉나 〈しゃぼん玉とあなたの夢〉(비눗방울과 너의 꿈)를 꼭 들어보게 됩니다. 물론 기기 특성을 알려주는 데에 큰 도움은 안 되고, 그걸 핑계로 잠시 익숙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앨범 전반에서 소리가 너무 복잡하게 쌓이지 않아서 그러한 저음을 온전히 즐기기 좋습니다.
《L’été》는 제가 Snail’s House의 모든 작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Platonique〉는 여름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듣고, 그러다보면 〈うつらうつら〉(꾸벅꾸벅)와 〈しゃぼん玉とあなたの夢〉에도 손이 가지요. 〈[sunflower]〉는 동명의 트랙이 《(flowers)》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앨범의 색깔로 새로 그려져서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 Snail’s House, 《L’été》 (2018, 약 33분)
- ある雨の日に (intro)
- [vivid green]
- Pluie (☆)
- [sunflower]
- 秘密基地
- うつらうつら
- Platonique (☆)
- しゃぼん玉とあなたの夢 (☆)
- 最後の夏が終わる前に
- see you tomorrow (outro)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