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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블로그의 귀환
저는 어릴 때부터 블로깅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학교 학급 카페를 선생님이 아니라 제가 만들었는데 (왜였을까요?), 어린 녀석이 포토샵을 동원해서 배너를 만들어 올리고 네이버 카페의 회원 관리 기능을 주물럭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쯤에 블로그도 같이 시작하면서 시덥잖은 일상 이야기, 좋아하는 게임이나 음악 이야기, 심지어는 창작 시같은 것도 올리곤 했었지요 (으아악!). 다른 친구들이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주고받을 때조차도, 저는 미니홈피보다 블로그를 열심히 썼었습니다. (물론 저도 싸이월드를 쓰기는 했지만… 거의 사교용 채널이었지요. BGM 좀 깔아두고 방명록 정도로 쓰는) 고등학생 때도 비슷한 일을 했었는데 이렇게 웹에서 뭔가 조물딱거리면서 만드는 것이 어릴 때부터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때쯤 티스토리로 옮겼는데, 그 이후로 제가 트위터라는 소셜 미디어의 마수에 사로잡히면서 블로그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 애초에 블로그에 깊이있는 글을 쓰지도 않았는데, 그 얄팍한 글쓰기로 즉각적인 피드백의 홍수에서 헤엄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요! 그렇게 블로그는 사실상 버려지고 (트위터의 엄격한 글자 수 제한에서 아쉬움을 느끼고 가끔씩 텀블러와 같은 서비스를 함께 쓰기는 했습니다만) 그렇게 제 삶에서 블로그라는 것이 없어진 지가 좀 되었습니다.
제 삶에 블로그가 다시 가까워진 것은 웹 개발 공부를 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다 그렇지만 배운 것을 자신의 글로 다시 표현하는 것은 배움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 중 하나인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개발 블로그’만한 것이 없다고들 하지요. 그렇게 블로그 형식으로 배운 것들을 정리하다보니 어느날 ’그러고보니 내가 원래 블로그라는 매체를 참 즐겨 썼었는데’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더랬지요. 그게 하필 국내에서 서비스형 블로그로 이름난 서비스들, 이를테면 티스토리와 이글루스의 퇴조와 맞물리면서 이참에 뭐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제 주된 사용처는 네이버 블로그였긴 했지만요. 이제 와서 돌아가기에는 조금…?)
현대 웹의 역설
이미 모든게 다 만들어진 여러 블로그 서비스들을 놔두고 왜 굳이 블로그를 만들어 쓰느냐 하면, (물론 조금씩 공부하는 것도 있기야 한데) 그간 웹을 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용하면서 느낀 피로감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현대 웹은 이른바 “웹 2.0”이라 불리는 플랫폼으로서의 웹, 상호작용성이 보장되는 웹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호작용은 웹 컨텐츠를 생산하는 쪽이나 소비하는 쪽 모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좋은 효과들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은 그 ’그렇지 않은 부분’의 영향력을 많이 목도했습니다. 지역적으로든, 세계적으로든, 또 개인적으로도 그랬지요.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블로깅과는 다르지만 “디지털 가드닝”(digital gardening)이라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 POSSE (Publish Own Site, Syndicate Elsewhere)라는 개념을 고안한 사람들 이야기도 있고 그렇습니다. 제 블로그는 이런 것들을 적극 차용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활동들을 보면 나랑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딴소리이긴 하지만, 제가 요새 웹진이나 뉴스레터, RSS 같은 살짝 낡은 느낌의 웹 매체들에 조금씩 관심을 두는 이유기도 합니다.
Astro
제가 처음 배운 건 Vue.js지만, 현재 웹 앱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프런트엔드 웹 라이브러리/프레임워크라고 하면 역시 React겠지요. (얼핏 듣기로는, 중국에서는 Vue.js가 더 크다고 들었던 것 같네요 - 개발자가 중국 사람이었다던가? - ) React를 배운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할 웹 앱 프레임워크는 Next.js입니다. (이보다 가벼운 것으로는 Remix가 있었는데, React Router과 합체하면서 React Router가 라우터 겸 프레임워크… 아이고 피곤해) 하지만 제 블로그는 아무래도 제 맘대로 만들 수 있겠죠? 블로그라는 웹사이트 형식은 방문객과 많은 정보가 주고받아지는 형식은 아닙니다. 현대 웹 프레임워크가 제공하는 클라이언트 사이드 렌더링(CSR)에서 얻는 이점도 별로 없고, 동적인 페이지 빌드나 복잡한 상태관리같은 것들도 필요가 없으니, 극단적으로는 파일 몇 개 작성해서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에 했던 네띠앙 계정으로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라거나, 그 시절 많이 읽었던 마이크로소프트 프런트페이지, 나모 웹에디터로 내 홈페이지 만들기같은 것들이 떠오르네요. (지금도 Neocities같은 것을 이용하면 거의 비슷한 감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배운 걸 써먹는 느낌을 원하던 와중에, Astro라는 프레임워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Astro는 사실 Next.js와 같은 웹 프레임워크인데요, 최근 웹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정적인 서버 사이드 렌더링 웹사이트를 만들듯이 하다가, 필요한 부분만 CSR처럼 작동시킬 수 있고, 이것을 다양한 프레임워크에서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컨텐츠 컬렉션 기능과 마크다운 처리 기능이 들어있어서 별도 설정이 없는 블로그 용도로 쓰기에도 좋습니다. 실제로 이 용도에 딱 들어맞는 라이브러리 문서 용도로 아주 적절해서, Astro는 Starlight라는 프레임워크를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Starlight를 그냥 가져다 블로그용으로 쓰는 사람도 본 것 같더라니까요 (?)
참조한 다른 블로그들
레이첼 앤드루(Rachel Andrew)는 구글의 테크니컬 라이터입니다. CSS 전문가로 https://rachelandrew.co.uk/라는 개인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데이브 루퍼트(Dave Lupert)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웹 컴포넌트를 만드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진행자면서, https://daverupert.com/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이스 기타를 든 사진이 멋진데요, 부인은 드러머라고 하네요.
에릭 마이어(Eric A. Meyer)는 CSS의 선구자들 중 하나입니다. 일본 목판화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https://meyerweb.com/ 입양한 딸이 6세에 뇌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rebeccapurple”이라는 색상 이야기가 유명하지요.
- https://rachelandrew.co.uk/
- https://daverupert.com/
- https://meyerweb.com/
- 그 외…
- 국내
- 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
- <DaleSeo />
- 그밖의 모든 블로그하시는 가깝고 먼 분들…
CMS?
블로그라면, 역시 컨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을 사용해서 게시물을 관리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워드프레스로 만든 강력한 사이트들도 세상엔 참으로 많고, 페이로드 CMS나 고스트같이 좋은 CMS도 많습니다. Astro의 자랑 중 하나는 다양한 CMS과의 연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는 그런 CMS를 채택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글 쓰는 사람도 저 혼자고, 쓰이는 글도 그다지 길지 않고 많지도 않습니다. 미디어라고는 이미지나 유튜브 링크 영상 정도면 족하지요. 그럼 CMS 없이 뭘로 글을 관리하느냐, 지금은 마크다운 파일을 그냥 뿌리고 있습니다 (?) Syntax.fm 팟캐스트에서는 하지말라 (2025-12-17 #964, 22:38)는 짓이기도 한데요, 일단 편하잖아요? (XD) Astro가 Sätteri라는 이름의 Rust 기반 처리기를 채택하고 있어서 빌드도 빠릅니다.
마크다운을 블로그로 사용하는 경우에 가장 아쉬울 부분이 양식(스타일링)과 미디어 활용일텐데, MDX가 다루는 범위 바깥으로 나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추후에는 독립적인 CMS로의 전환을 생각해볼만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