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글쓰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실력”에는 나름의 자부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 글쓰는 걸로 이런저런 상도 받고, 이걸 정말 네가 쓴 거냐는 어른들의 여러 칭찬에 우쭐해했지요. 글로써 평가를 받는 일마다 우습게 보고 으스대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독이 되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말이지요. 의식적으로 글을 잘 써야겠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반사적인 토막글을 계속 쓰게 만들어 매일의 글쓰기 에너지를 덜어가는 소셜 미디어 중독은 여기에 소금을 뿌렸습니다.

요즘에 다시 글을 써보면서, 제가 얼마나 글을 형편없게 쓰는지 곧바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여기저기서 찾아봤습니다. 이 《글쓰기 생각쓰기》는 구글 제미나이가 제게 찾아다 준 것입니다. (인공지능에게 글쓰는 법을 묻다니, 참 나…)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여러가지 도움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건 제미나이를 칭찬할 수밖에 없네요.

저자는 미국에서 언론인으로 오랜 기간 글을 써 온 사람입니다. 《뉴욕 헤럴드 트리뷴》(New York Herald Tribune)의 기자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흔히 “기자”라고 할 때 떠올리는 조금 딱딱한 글쓰기보다는, 주로 심층 취재나 인터뷰, 기획기사 등 상당한 필력을 필요로 하는 글을 써온 듯합니다.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추처럼 팍팍 쳐진 그의 리버럴 성향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진서가 하는 조언들 중 가장 와닿는 것은 역시 “글은 써야 는다”는 것입니다. 자명한 사실인데, 사실 실천이 쉽지는 않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AI가 글도 써 주는 시대인걸요. 너무 긴 글은 읽지 않는다는 “tl;dr”(too long; didn’t read)의 시대에 내 글을 AI가 아니면 또 몇이나 읽어주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자신의 글쓰기에 쳐진 거미줄과 같습니다. 매일하는 운동처럼 (저도 요즘 일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글도 꾸준히 써야 그런 생각의 거미줄들도 걷어낼 수 있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의 모습을 글 너머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책 자체는 만족하며 읽었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아무래도 영어권 필자다보니 그가 알려주는 모든 지식을 전부 다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전치사로 문장을 끝내도 괜찮은지, 관계대명사로 that을 써야 할지 which를 써야 할지, 줄표(—)나 세미콜론(;)과 같은 문장부호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등은 한국어 필자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들은 조금만 생각을 가미하면 또 적용 못할 것은 아닙니다.1 한국어로 글을 쓰더라도 어떤 단어와 문장부호를 사용할지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 책의 한국 번역자는 사려깊게 이러한 장들을 따로 모아 책 뒤에 밀어놓았는데, 그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을 읽는게 오히려 즐겁기도 했습니다. 다만 영어로 글 쓸 일이 지금보다 많았던 시절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네요.

또 이 책은, 예술 비평에 대해서는 조금 다루긴 하지만, 픽션은 다루지 않습니다. 기자답게 사실에 충실한 글쓰기를 강조하는 저자에게 이것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문학적으로 창조적인 글쓰기야말로 이러한 글쓰기 책을 훨씬 뛰어넘는, 더욱 큰 노력을 요구하는 분야이니까요. 이런 것은 다른 독서로 보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은 역시 저의 글쓰기를 스스로 되돌아볼 기회였습니다. 저의 모든 글쓰기를 되돌아볼 수 있었지만,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쓰는 글은 각별히 그렇습니다. 인터넷에 쓰는 글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기 자신을 가려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다보면 저자가 강조한 사실에 충실하고 진솔한 글쓰기는 잘 안되기 마련입니다. 진솔한 글쓰기를 포기하고 놓아버리기보다는 어디까지 가능할지 계속 고민하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순간 스스로에게 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은 배우나 무용가나 화가나 음악가에 못지않은 일이다. (…) 우리는 이들이 자리에 앉기만 하면 글이 술술 나오는 줄 안다. 아무도 매일 아침 그들이 시동을 걸기 위해 쏟는 노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도 시동을 걸어야 한다. 누구도 그 일을 대신 해줄수는 없다.



각주

  1. 여담이지만 저는 가끔 글에서 줄표를 쓰는데 (편의상 대충 하이픈:-으로 입력하곤 합니다) 요즘에는 한국어에서 줄표를 쓰면 AI같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조금 서글픕니다 (?) ↩